개인적으로 치매와 뇌 건강을 이야기하다 보면 의외의 식품 성분이 등장할 때가 가끔 있더라고요..
얼마 전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뇌 MRI 검사를 받게 됐습니다. 검사 결과를 확인한 뒤에는 생각보다 마음이 무거워졌어요.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신 소견이 썩 좋지만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검사 결과를 보고 나니 앞으로 뇌 건강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궁금해졌습니다.
오메가3가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던 터라, 영양제를 따로 챙겨 먹는 게 좋을지 의사 선생님께 직접 여쭤봤습니다.
그런데 예상했던 오메가3 이야기가 아니라 조금 의외의 답을 들었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설포라판과 장내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산균을 포함한 프로바이오틱스를 함께 살펴보는 것도 괜찮다며, 두 성분이 항산화와 염증 조절 측면에서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설포라판과 유산균이 뇌 건강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실제 연구에서는 어느 정도까지 확인된 내용인지 궁금해졌습니다.
둘은 전혀 다른 식품 성분처럼 보이지만 연구 방향을 따라가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뇌에서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에 대응하는 과정과 관련해 연구되고 있고, 다른 하나는 장내 미생물과 뇌 사이의 연결, 이른바 장-뇌 축과 관련해 연구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설포라판과 유산균을 꾸준히 섭취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뜻일까요?
브로콜리 속 설포라판이 뇌 건강에서 주목받는 이유
설포라판은 브로콜리, 브로콜리 새싹, 양배추 등 십자화과 채소와 관련된 식물성 화합물입니다.
특히 설포라판은 세포의 항산화 방어와 관련된 Nrf2 경로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연구되어 왔습니다.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은 신경퇴행성 질환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요소이기 때문에 설포라판 역시 뇌 건강 분야에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치매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결과도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병과 유사한 병리 변화를 가진 생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설포라판을 투여했을 때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의 생성과 축적이 줄어들고, 타우의 과도한 인산화와 산화 스트레스, 신경염증과 관련된 변화가 완화되는 결과가 관찰됐습니다. 기억력과 관련된 행동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입니다.
알츠하이머병 연구에서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 현상과 타우 단백질의 비정상적인 변화를 중요한 병리적 특징으로 다룹니다.
설포라판 연구에서 이와 관련된 변화가 관찰됐다는 점 때문에 단순히 ‘항산화 성분이 들어 있다’는 수준을 넘어 뇌 속 단백질 대사와 신경세포 보호 가능성까지 연구 범위가 넓어진 것입니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제한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 상당수가 생쥐나 세포를 이용한 전임상 연구에서 나온 것입니다. 따라서 브로콜리를 먹거나 설포라판을 섭취한다고 해서 사람의 치매를 예방하거나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할 수 있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닙니다.
설포라판 연구에서 사람에게 확인된 부분은 어디까지일까?
설포라판이 치매와 관련해 주목받는 이유를 설명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설포라판은 여러 질환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되어 왔지만, 치매 예방이나 치료 효과가 사람에게 확립됐다고 말할 정도의 임상 근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최근 임상시험들을 종합한 연구에서도 설포라판은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지만, 질환마다 근거 수준과 연구 결과가 서로 다릅니다.
반면 건강한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시험에서는 12주 동안 설포라판을 섭취한 집단에서 인지 수행과 관련된 긍정적인 결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연구 역시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치매 예방 효과를 확인한 연구와는 다릅니다.
따라서 현재의 연구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설포라판은 뇌의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등 치매와 관련된 여러 생물학적 경로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지만, 사람의 치매 예방 효과가 확정된 성분은 아닙니다.
그런데 유산균은 왜 치매 연구에 등장할까?
설포라판이 뇌세포 내부의 방어체계와 관련해 연구되고 있다면, 유산균을 포함한 프로바이오틱스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접근합니다.
바로 장과 뇌의 연결입니다.
우리 장에는 매우 다양한 미생물이 존재하며 이들이 만들어내는 물질과 면역 반응, 장의 상태 등이 신경계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결을 흔히 장-뇌 축(gut-brain axis)이라고 부릅니다.
실제로 경도인지장애와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을 종합한 최근 문헌에서는
장내 미생물의 변화와 인지기능 사이의 연관성이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다만 연구마다 미생물 구성과 측정 방법, 대상자의 상태가 달라 아직 인과관계를 확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유산균이 뇌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유산균을 먹으면 기억력이 좋아진다는 연구도 있을까?
이 부분은 설포라판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조금 더 축적되어 있습니다.
2025년에 발표된 한 메타분석에서는 경도인지장애나 알츠하이머병 등 인지장애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15개의 무작위 대조시험, 총 994명의 참가자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프로바이오틱스 섭취군에서 대조군보다 인지기능이 개선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12주 이상 섭취한 연구에서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2025년 메타분석에서도 4개의 이중맹검 무작위 대조시험과 251명의 참가자를 분석한 결과 프로바이오틱스 섭취군에서 인지기능 개선이 관찰됐습니다.
하지만 연구진 역시 연구 수가 적고 연구마다 결과의 차이가 큰 점을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연구 간 이질성도 상당한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유산균이 치매에 좋다’라는 한 문장으로 끝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어떤 균주를 사용했는지, 얼마나 섭취했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섭취했는지, 대상자가 건강한 사람인지 경도인지장애인지 알츠하이머병 환자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설포라판과 유산균을 함께 보면 어떤 그림이 보일까?
두 성분을 함께 살펴보면 흥미로운 연구 방향이 보입니다.
설포라판은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세포 방어체계라는 측면에서 연구되고 있습니다.
유산균은 장내 미생물과 장-뇌 축, 염증 반응과 인지기능이라는 측면에서 연구되고 있습니다.
결국 서로 다른 출발점에서 뇌 건강을 바라보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설포라판과 유산균을 함께 먹으면 치매 예방 효과가 더 커진다’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현재 연구만으로 두 성분의 조합이 사람의 치매 위험을 낮추거나 인지기능을 상승시키는 확립된 시너지 효과가 확인됐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지금 단계에서는 두 가지를 각각의 연구 근거에 따라 바라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설포라판은 전임상 연구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주고 있고, 유산균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도 인지기능과 관련된 긍정적인 결과가 일부 확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둘 모두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그렇다면 식탁에서는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일상적인 식사에서 브로콜리, 브로콜리 새싹, 양배추, 케일 등 다양한 십자화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은 식단의 질을 높이는 한 방법입니다.
유산균 역시 특정 제품 하나에만 의존하기보다 발효식품이나 균형 잡힌 식사를 포함해 전반적인 식습관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유산균은 제품마다 균주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유산균 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제품이 치매 예방에 더 좋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연구에서 중요한 것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유산균이라는 이름 하나보다 어떤 균주인지, 어떤 조건에서 어떤 결과가 나타났는지를 봐야 합니다.
치매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능성’과 ‘확인’을 구분하는 것
설포라판과 유산균은 모두 치매 연구에서 흥미로운 위치에 있습니다.
설포라판은 동물과 세포 연구에서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산화 스트레스, 신경염증 등과 관련된 긍정적인 변화가 관찰되고 있습니다.
유산균은 장-뇌 축이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와 연결되면서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사람에게서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최근 메타분석에서는 인지기능 개선 가능성이 나타났지만 연구 간 차이가 크고 장기간의 대규모 연구가 더 필요합니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가장 적절한 표현은 ‘치매 예방 성분’이 아니라 ‘치매와 뇌 건강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는 식이 요소’에 가깝습니다.
치매는 한 가지 음식이나 영양소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질환입니다.
식단, 운동, 수면, 혈압과 혈당 관리, 사회적 활동 등 여러 생활요인이 함께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설포라판이나 유산균에 관심을 갖는 것 자체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특정 성분 하나에 모든 기대를 걸기보다는 전체적인 생활습관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나 더 먹을 것인가’만이 아닙니다.
내 식탁이 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 근거가 어디까지 확인된 것인지 구분해서 바라보는 것.
설포라판과 유산균에 대한 연구가 흥미로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아직 결론이 끝난 분야가 아니라는 점에서 오히려 앞으로 어떤 연구 결과가 이어질지 지켜볼 가치가 있는 주제입니다.
영양제나 기타 습관 혹은 주사 등의 치료로 인해서 인지기능에 도움을 느꼈던 경험이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제가 이전에 남긴 도파민에 관한 포스팅도 시간내서 한번 보시기를 추천드려요~>
2026.09.08 - [마음과 정신 건강] - 왜 멈추려 할수록 더 보고 싶을까? 오디세우스의 유혹에서 찾은 뇌와 도파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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